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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曜 隨筆> 김종화 ‘건망증 유감’
 
수필가 김종화

오늘도 내 기억 창고의 문을 노크한다.

 

▲ 수필가 김종화   

나이가 들면 자신의 기억창고가 조금씩 녹슬어 간다. 그럴 때 찾아오는 게 건망증과 치매다. 노인에게 가장 걸리고 싶지 않은 질병이 뭐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치매(癡呆)라고 응답했다.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는 현대인에게 매우 무서운 질병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게 건망증이다.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의 창고가 녹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건망증은 치매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걸까? 삼촌쯤일까? 아니면 사촌쯤 될까?

 

건망증이란 일반적으로 일을 잘 잊어버리는 기억장애를 말한다. 젊었을 때만 해도 건망증이라는 말은 나하고 관계가 없는 말이라고 치부했다. 아니 건망증은 내 삶과 동떨어진 존재였다. 당연히 내 삶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와 함께 찾아온 건망증은 나를 괴롭혔다.

 

내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보면 그 누구도 건망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할 수만 있다면 멀리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내 사관학교 동기생 중에 N이라는 친구가 있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친구인데 그만 치매에 걸려 나도 알아보지 못한다. 알아보는 사람은 가족뿐이다. 큰소리치지 않고 조용히 없는 듯이 지낸다니 다행이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 종일 집에서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일이다.

 

혼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다 보니 혈색이 좋다. 어린아이가 된 그의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른다. 그래도 치매보다는 건망증이 훨씬 낫다.

 

어느 날 찾아온 건망증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속시간을 놓치는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것이 물건을 잘 놓아두고도 쉽게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언젠가는 손에 핸드폰을 들고 핸드폰을 찾은 적도 있다.

 

최근에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뉴스를 시청하다가 TV만 끄고 취침하러 들어갔다. 아침에 아내가 혼자 돌아가는 선풍기를 보고 정신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며 잔소리를 해댔다. 그것이 한 번으로 끝나면 좋은데 반복되다 보니 문제다. 차분하지 못한 성격 탓에 행복지수가 바닥을 쳤다.

 

무슨 일이나 차분하게 처리하면 될 텐데, 대충하다 보니 생긴 일도 더러있다. 나이가 들면 성격이 차분해 져야 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아내가 외출하면서 빨래 좀 걷어줘요.”라며 아파트를 나섰다. 알았어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 당시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린다는데 문제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해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생긴 일이다. 빨래 걷는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내가 들어오면 그때서야 생각이 난다. ‘아차, 내가 왜 이럴까?’ 정말 그런 내가 싫다. 후회해 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건망증을 탓할 수 없으니 이를 어쩌나?

 

건망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뇌를 자극하는 습관을 기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게으름 피우지 않고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려한다.

 

운동은 건강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삶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약속은 메모를 하거나 스마트폰에 알림 설정을 해놓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무엇도 노력하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노인이 되면 편해지고 싶은 욕구가 시도 때도 없이 요동친다.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인생에 종을 친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건강을 챙기는 운동은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기가 왕성했던 시절에는 동시에 몇 가지 일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일을 하다가는 놓치는 게 생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한 가지 일만 집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건망증과 치매와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 기억 창고의 문을 노크한다.

 

약력(김종화, 아호 숭늉)

국방일보수필 등단, 서울문학시 등단, 문학시대소설 등단, 수필시대』․『한국전쟁문학평론 등단, 국보문학시나리오 등단, 3사문학발행인, 한국전쟁문학주간, 한국문인협회 이사(감사 역임), 국보수필문학대학원 지도교수, 메타 아카이브 수필 지도교수, 수필집그 놈의 정 때문에9, 소설집울 엄마2, 칼럼집끌리는 사람에겐 뭔가 있다평론집서평으로 레벨업인문서초보자를 위한 글쓰기 ABC수상 월간문학상 외 8.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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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3 [21:43]  최종편집: ⓒ 투데이리뷰 & 영광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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