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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18회-마지막회)
 
김동석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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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꽃이 피어날 때쯤(18-마지막회)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을 소녀는 알았다. 그래서 점과 선의 결정체인 자연을 그리고 또 그렸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캔버스를 응시할 때마다 점과 선의 원천적인 원리를 상기하며 그리려고 노력했다. 자연이 품고 있는 존재의 산물을 알아 가면 갈수록 점과 선의 연결고리라는 것을 알았다.

 

캔버스에 하나의 점을 찍음으로서 회화의 생성과 소멸이 시작된다. 말이 없고 객관적인 그림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림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자연이 품고 있는 고유의 삶과 리듬이 캔버스에 들어왔을 때 작품의 매력은 더 크게 전달된다. 자연을 철저히 배제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처럼 자연의 순수한 매력에 빠져 눈에 보이는 대로 캔버스에 그리는 화가도 있다.

 

자연이 품고 있는 고유의 삶과 리듬이 캔버스에 들어왔을 때 작품의 매력은 더 크게 전달된다. 그래서 점과 선을 떠난 회화는 존재할 수 없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무엇을 찾기 위해 자연을 응시하는 소녀를 생각하면 얼마나 단련된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기 전에 보이는 것과 뒤에 보이는 것을 찾아야 한다. 또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도 찾아야 한다. 서서히 변하는 것인가 아니면 순간순간 변하는 것인지도 사유해야 한다.

자연을 그리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다. 명작이 되고 안 되고는 오로지 화가의 의도에 달려있다. 쉽게 그리면 쉬운 그림이 되고 어렵게 그리면 어려운 그림이 되지만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림이란 눈으로 본 것을 캔버스에 눈으로 그리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다시 꺼내 상상력 속에서 조합한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점과 선은 하나의 회화로 탄생하게 된다.

 

인간의 지각이 착오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각하는 모든 것들이 창작의 에너지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영원할 수 있는 것 없지만 자연이 캔버스에 들어올 때 그 찰나의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

 

숲과 나무, 길과 가로수 옆으로

숨은 보석이 많았다.

캔버스에 하나하나 그린다는 건

삶이고 사랑이었다.

 

그림을 볼 때마다 빛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또 빛과 사물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그림자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빛은 직선적이지만 숲에서는 곡선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직선적으로 보이지만 역시 곡선이다.

 

미세한 점이 모여 빛은 직선적인 광선을 만들어 낸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빛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숲에서 빛은 움직이는 것 같지만 멈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소녀가 표현하는 숲의 빛은 멈춘 게 아니라 춤추고 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뚫고 나아가는 빛은 마법을 부리듯 춤추고 있었다.

 

경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무엇이 꿈틀거리는가? 또 존재하지만 멈추어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캔버스에 그리는 모든 것들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생각했다. 빛과 바람이 생성하는 것 자체가 숲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숲은 말이 없지만 작은 변화를 주며 말을 걸었다.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적당한 시기에 계절을 알려 주고 있었다.

나무는 키가 크고 또 계절이 바뀌면 잎을 소멸시켰다. 바위는 크기는 그대로 같지만 모퉁이에서는 이끼가 바위를 점령해가고 있었다.

 

물은 흐르고 흘러 바다를 만날 것이다. 흘러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버린 삶의 흔적들이 존재하겠지만 물을 말없이 쓸어갈 것이다. 그러면서도 경계 너머에서는 다시 생성과 소멸이 진행될 것이다.

 

스스로 존재하려는가!”

자연은 생성과 소멸을 통해 스스로 존재의미를 부여했다. 목적 없는 존재였지만 자연은 스스로의 본질에 충실했다.

 

사는 목적이 뭘까!”

캔버스 앞에서 긴 노동의 시간을 보내던 소녀는 문득 자연의 목적이 궁금했다. 인간의 욕망에 비하면 자연은 지극히 낮은 자세로 움츠린 모습이었다.

 

숲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지만 캔버스에 빛으로 표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평면 속에 입체적인 미학을 표현하는 것은 곧 빛의 역할이다.

빛을 캔버스에 그리는 게 아니야. 새겨야지.”

 

소녀는 빛을 그리는 게 아니었다. 캔버스에 빛을 조각하듯 새기고 있었다. 그것은 곧 긴 시간이 지나도 빛나고 있어야 할 빛이기 때문이었다.

영원한 빛, 그리고 숭고한 가치를 간직한 존재로서의 빛.”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에게 가장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빛이었다. 숲에서 외광을 찾아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빛의 아름다움이었다.

소녀는 빛을 그리면서 항상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빛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에 새기기 시작하면서 그 부족한 것들이 채워졌다.

 

KOMOREBI. 이건 그릴 수 없는 거야. 새겨야지.”

소녀는 그동안 숲에서 본 빛을 나뭇가지 사이에 새기고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뼛속까지 느낄 수 있는 빛을 음미할 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내 맘에 드는 작품이 한 점 생겼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맘에 드는 작품을 그릴 수 있었다. 그것은 곧 빛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가치의 변화는

융합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창작은 고통이 아니고 소통이다.

과거가 현재와 소통하듯

미래와 소통하는 길은 곧 융합의 연속성이다.

 

순수와 이해의 결과는 바로 융합이었다. 융합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창작의 빈곤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변화의 연속성일 수 있다. 이처럼 변화 속에서 융합의 틀은 완성되어 가는 것이 곧 예술의 본질이다.

 

현실세계보다 가상세계와 환상세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예술의 존재의미를 부여하고 작가가 나아가야할 길은 오로지 융합뿐이다.

 

미래는 어쩌면 가상세계의 틀 속에서 환희의 시대 또는 환상의 시대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만의 시대가 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열린 공간이 닫히고 다수가 함께 하는 사회가 더 개인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곧 소수의 집단이 개인화 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고 변해가듯 작가의 이성과 작품도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시도한 모든 것들을 버리고 또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다시 시작점에 선다는 것은 두려움이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더 먼 훗날 더 큰 고통이 따르고 후회가 따르는 법이다.

 

나무가 되지 않고 나무를 그리는 데 만족했듯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함께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빛과 나무와 소통하며 함께 할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의 미래가 벌써 궁금하다. --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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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13 [19:56]  최종편집: ⓒ 투데이리뷰 & 영광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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