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6년 세종대왕 훈민정음 반포
10월 9일은 제577돌 한글날이다. 1446년 조선시대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하여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널리 알리고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국경일이자 법정 공휴일이다.
처음으로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은 훈민정음 반포 480년 기념일인 1926년 11월 4일의 일로, 현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의 공동 주최로 성대하게 열렸다.
그러나 애석히도 1991년부터 한글날을 국경일 겸 법정 공휴일이 아닌 일반 기념일로 바꾸었다. 이후 한글학회 등 한글 관련 단체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2005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 법안’이 통과되어 2006년부터는 기념일이 아닌 국경일로 바뀌었다. 하지만 국경일로 격상되었어도 다시 공휴일이 되지는 않았다.
2012년 가을에 다시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이 발의된 후 당해 연도 12월 28일에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이 확정되었으며, 2013년부터 정식으로 다시 공휴일이 되었다.
세종대왕은 1443년에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집현전 학사에게 한글을 연구하게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은 정인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훈민정음의 한문 해설서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입한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이를 비밀리에 지켜오다가 해방 후 조선어학회 간부들을 불러 한글 연구를 위한 영인본을 만들었다. 비로소 한글의 창제 원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 하면서 또다시 위기가 닥친다.
낮에는 품고 다니고 밤에는 베고 자면서 이 책을 목숨만큼이나 아꼈다 한다. 이렇듯 간송이 한순간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보호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문자를 만든 목적과 그 원리를 밝힌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인정받아 국보 제70호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럼 북한에도 한글날이 있을까? 북한에는 한글날이 없다. 한글의 ‘한’이 대한민국의 ‘한(韓)’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글 대신 ‘훈민정음’ 또는 ‘조선글’이라고 부른다.
● 혁명적 발전 ‘말과 글의 동일화’
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한국어는 수천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했던 언어고, 한글은 약 500년 전 세종대왕이 만들어낸 문자이다.
훈민정음을 제정하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은 실생활에서 쓰는 말인 구어(口語)와 그 말을 문자화 할 때의 글인 문어(文語)가 전혀 다른 이중적인 언어생활을 해 왔다. 여기서 비롯된 불편함은 삼국시대 이래 통일신라,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이두, 구결, 향찰 등과 같은 독특한 차용표기 체계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차용표기 체계가 아무리 발달해 있어도 말과 글이 다른 문자생활은 불완전하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말과 글이 달라 겪는 불편은 훈민정음 창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세종은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서문(御製序文)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훈민정음 창제의 이유를 스스로 밝히고 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노라. 내가 이를 위해 가엽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것이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한글 창제 이후, 그동안 한자를 몰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던 백성들이 마침내 자신들의 일상을 글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억울한 일을 임금에게 하소연하는 상언(上言)도 가능했고, 임금은 모든 백성이 다 읽을 수 있도록 교지를 한글로 내리기도 했다. 유언장과 노비 문서, 족보 같은 다양한 한글 고문서가 발견되어 한글이 각계각층을 망라한 많은 사람에게 일상적 의사소통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언간, 즉 한글 편지는 문학성과 정보 교류라는 실용성을 함께 구비하여 한글 확산에 중추적 기능을 수행했다. 양반 사대부들도 부인이나 딸과 소통할 때는 한글을 주로 썼다.
현대 들어 한글은 특유의 조형미와 예술성으로 말을 옮겨 적는 고유의 문자 기능을 넘어 다방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자출판과 인터넷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한글 글꼴을 통해 개인의 다양한 감성을 표현하면서 개성을 살린 독특한 분위기의 글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손글씨(캘리그래피)를 통해 아름다운 서체와 결합하면서 독특한 개성까지 전달하는 창의적 언어로 재탄생하고 있다.
또 건축, 의상, 생활용품 같은 디자인 분야와도 구애받지 않고 융합하는데, 이는 한글 자모가 형상이 단순하면서도 현대적 조형미를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 미술이나 무용을 비롯한 각종 예술 분야에서도 한글을 활용한 전시나 공연을 기획하는 등 한글이 지닌 무한 가능성이 날로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
●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문자
한글이 인정받는 이유는 문자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철학 즉 한글정신이라는 위대한 가치 때문이다. 한글정신 속에는 애민정신, 자주정신, 실용정신이 내포되어 있어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
한글은 16개국이 경쟁한 지난 2009년 제1회 세계문자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2012년 10월 1일부터 4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회 세계문자올림픽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세계문자올림픽은 가장 쓰기 쉽고, 가장 배우기 쉽고,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찾아내기 위한 취지로 개최되었다.
한국어의 위대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3000개의 언어 중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80여개 정도인데, 나머지 문자가 없는 국가를 위해 UN에서 한글을 지정하여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최근 K-POP, K-Drama 등 한국의 문화사업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한국어를 향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찾는 것도 이제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20년 1월 13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게재된 기사 ‘국제 언어로서 한국어의 위상’에 따르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7,700만 명으로 세계 언어 중 한국어 모어 사용자 수는 14위이다. 미국 대입시험(SAT)에도 한국어가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되었고, 다른 국가에도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와 지역 수도 2014년 66개국 212개 지역에서 2021년 75국에서 264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더 많고 다양한 유형의 외국인이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디아스포라(Diaspora)를 가진 나라이고 이들은 현재 전 세계 180개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는 세계 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한 든든한 우군이자 비옥한 토양대이다. 여기의 중심에 바로 한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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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