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일 수교협상 ‘상호 화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일본이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양국은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함께 개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일본이 자신들의 방위권을 부당하게 트집 잡거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장애물로 놓지 않으면 두 나라가 가까워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신은 공식적으로 북일 관계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일단 일본의 후속 대응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지난 2월 15일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지난 2월 9일 북-일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기시다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북일 간 관계 개선을 시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호의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북-일 관계 현상에 비춰 봐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와같이 김여정 조선노동장 부부장이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욕을 내비친 것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2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담화를 낸 것은 유의하고 있다”는 수사법으로 적절히 화답한 것이다.
하야시 관방장관 역시 김여정처럼, “기시다 총리는 지금까지 북한과 사이에서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실현해야 하며, 총리 직할로 고위급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이를 위해 여러 루트를 통해 끊이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며, 아래의 실천적 전제 전제조건을 달았다.
“북-일 교섭의 주요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납치 문제에 대해 김 부부장이 이미 해결됐다고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북-일 평양선언에 기반해 납치·핵·미사일에 관한 모든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 최근 북일의 온탕 분위기에 미국 역시 ”북한과 어떤 종류의 외교와 대화도 지지한다. 특히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한다.
결국, 이번 담화는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가 한국과 전격적인 수교를 발표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온 담화여서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풀기 위한 출구로 일본에 손짓한 것 아니냐는 분석 또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북일 수교협상 ‘쟁점들’
현재 북한과 일본은 정식 수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두 나라 정상 사이의 정상회담도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이 전부다.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사상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양국은 “국교정상화를 빠른 시일 안에 실현시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고 규정한 ‘북-일 평양선언’을 발표했다. 평양 선언은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뒤 발표한 선언이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견제와 북한이 저지른 납치 문제로 인한 일본 내 여론 악화 등 때문에 북-일 수교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듬해인 지난 2019년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으나, 북-일 정상회담은 불발에 그쳤다.
북한은 일본과 외교 정상화의 첫 단추로 자금 지원을 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그간 일본과의 수교재개 조건으로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측의 배상금을 요구해 왔다. 지난 2000년 8월에 열린 북한과 일본간 10차 국교정상화 교섭 당시 북한측은 양국간 국교정상화에 앞선 경제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때문에 북한과 일본간 수교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배상금을 경제회복 자금으로 활용하기 원하는 북한과 일본이 어떻게 입장 차이를 좁힐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이들은 배상금 형식이 아니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과 차관공여 형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국이 지난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으며 일부는 경제협력기금 형태로 받은 것이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이 대일 수교에 따른 배상금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크다.
한국이 일본과 수교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자금 규모를 고려할 때, 북한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50억~백억 달러가 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일본의 배상금은 최근 본격화된 북한의 경제개혁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원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배상금 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북일수교 협상이 이런 양국의 이해관계만 갖고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일본은 수교협상의 전제 단계로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문제와 함께, 한미일 공조의 북핵문제가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북한의 관계개선, 동북아 평화 공존 평화 공존책 등 이해 관계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하나 해결의 단초가 보이지 않은 한 북한과 일본 단독으로 양국이 수교에 이른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 골자는 북한이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배치·수출을 완전 포기할 경우,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3국이 동시타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번 북일 수교는 암초의 벽에 부딪힐 것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가 빛을 보인다 해도 협상 과정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겠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으로는 △식량 및 에너지 지원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추가 완화 내지 해제 △경제개발 사업 지원 및 경제 협력 강화 △국제 기구의 개발 차관 제공 △일본의 대북 배상금 지불 등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북일 관계 개선은 북한과 일본의 대내외적 요인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는데, 제반 국제질서 환경이 매우 우호적이지 않아 양측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우선, 북일수교 협상을 의구심 어린 눈초리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미국이 버티고 있다. UN 대북 제재로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과 청구권 배상금 지급이 불가능하며,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현재의 대북 제재하에서는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북일 관계 개선은 남북관계 개선과 연계되어 진행돼야 한다. 북일 수교는 국가 대 국가의 조치가 아니라, 남북한의 특수관계로 인해 북한과 일본 사이에 이루어지는 외교적인 조치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일본은 남북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포괄 협상은 성공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성공한다 해도 반드시 남북 관계에 좋은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한반도를 중심축으로 지금 치열한 ‘고공외교’가 진행중이다. 동북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련의 파노라마를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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